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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밑줄 2023. 8. 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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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적용 가능한 철학만 다루겠다는 여는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론 및 용어 설명에 이어 일상과 연결짓는 전개가 만족스럽다.


     

    유아의 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데는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다. 그는 유아가 보호자에게 보이는 친근감과 애정, 그리고 보호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감정을 '애착'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애착 관계를 맺은 보호자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되고 이 안전기지가 있기에 아이는 미지의 세계를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를 적용하여 생각해 보면, 한번 큰 실패를 해서 낙인이 찍히면 더 이상 회사에서 출세할 수 없다는 사고가 지배적인 일본보다 이직과 창업이 활발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적인 미국이 안전기지가 더 강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도 미지의 세계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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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외부의 현실과 자신을 각각 별개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를 부정했다. 외부의 현실은 우리가 어떤 시도를 하느냐에 따라, 혹은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러한 현실'이 된 것이므로 외부의 현실은 곧 '나의 일부'이고 나는 '외부 현실의 일부'다. 즉 외부의 현실과 나는 결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현신을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 즉 앙가주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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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고 우위에 있는 자아실현을 이루었다고 판단한 많은 역사 인물을 비롯해 당시 생존해 있던 아인슈타인과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15가지를 밝혔다.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각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
    소망, 욕망, 불안, 낙관주의, 비관주의에 기인해 예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이나 애매한 것에 겁먹거나 놀라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한다.

    2. 자연을 비롯해 자신과 타자를 수용
    마치 자연을 자연 그대로 무조건 받아들이듯이 인간성의 약점, 죄책감, 유약함, 사악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

    3. 자발성, 단순함, 자연스러움
    행동, 사상, 욕구에 자발적이다. 행동의 특징은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거짓을 꾸미거나 결과를 노리느라 긴장하는 일이 없다.

    4. 과제 중심적
    철학적, 윤리적인 기본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넓은 준거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다. 폭넓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일을 한다.

    5. 초월성-프라이버시의 욕구
    혼자 있어도 상처받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고독과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초월성은 일부 사람들에게 냉정함, 애정의 결여, 우정의 부재, 적의로 해석되기도 한다.

    6. 자율성-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 능동적 인간
    비교적 생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독립해 있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잇는 사랑과 안전에 의한 만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믿는다.

    7. 언제나 새로운 인식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신선하고 천진하게 인식하고 경외와 기쁨, 경이로움과 황홀감을 느낀다.

    8. 신비로운 경험 - 최고의 체험
    신비로운 체험을 갖고 있다. 황홀감과 경이로움과 외경심을 동시에 가져오는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한다.

    9. 공동체 의식
    때로는 인류에게 화가 나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실증이 날 때도 있지만 그들에게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0. 대인관계
    마음이 넓고 깊은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 소수의 사람들과 특별히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적으로 매우 친밀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 민주적인 성격 구조
    가장 심원한 의미에서 민주적이다. 계급이나 교육제도, 정치적 신념, 인종과 피부색 등에 관계없이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의 사람과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

    12. 수단과 목적의 구별, 선악의 구별
    매우 윤리적이고 확실한 도덕 기준을 갖고 있어 올바른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수단과 목적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알고 수단보다 목적에 마음이 끌린다.

    13. 철학적이고 악의없는 유머 감각
    악의 있는 유머, 우월감에 의한 유머, 권위에 대항하는 유머에는 웃지 않는다. 그들이 유머라고 인정하는 것은 철학적이다.

    14. 창조성
    특수한 창조성, 독창성 등 발명의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창조성은 건강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보편적인 창조성과 같은 종류다.

    15. 문화에 편승하기를 거부
    자아실현적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속에서 잘해 나가지만, 아주 깊은 의미로는 문화에 편승하는 데 저항한다. 사회의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규제에 따른다.

    여기서 특히 살펴보고 싶은 조항은 초월성-프라이버시의 욕구와 대인 관계다.

    이 특징을 보면, 매슬로가 자아실현적 인간이라고 인정한 사람들은 고립적인 성향을 띠고 있으며 소위 인맥이 넓지 않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는 대개 지인이나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확실히 친구나 지인이 많으면 일을 소개받을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얻기가 수월하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의 친구 수나 트위터의 팔로어 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매슬로의 고찰에 의하면 성공한 인물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지는 자아실현형 인간은 오히려 고립 성향이 있고, 극소수 사람들과만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 이 매슬로의 지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점점 '얕고 넓어지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장자는 매사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소인배의 교제는 단 술처럼 끈적끈적해서 산뜻하지 못하며, 반대로 군자의 교제는 물처럼 맑고 담백하다고 설파하였다. 이어 조금 더 설명이 이어지는데, 그 내용을 조금 의역해 소개하자면 이렇다. "군자의 벗은 담백하기에 오래 지속되고 소인배의 벗은 달콤하기에 금세 끝난다. 필연성도 없이 그저 함께 있기 위해 함께 있을 뿐인 교제는 오래지 않아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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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불안'의 영역에 있었다 해도 계속해 나가는 동안에 능력이 향상되어 결국은 '각성'의 영역을 거쳐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몰입의 영역에서 같은 일을 계속하면 결국은 많은 기술을 습득하게 되어 몰입에서 '자신감' 영역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되면 이른바 '안정' 영역에 들어가 편안한 상태가 되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 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즉, 자신의 능력과 업무의 난이도는 역동적인 관계이며 몰입을 계속 체험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를 주체적으로 바꿔가야만 한다.

    칙센트미하이는 '행복한 인생은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심리학의 길로 나가갔고, 그렇게 해서 다다른것이 몰입의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몰입의 상태에 있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무기력'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칙세트미하이는 한탄했다. 물론 무기력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몰입 영역을 목표로 나아간다 해도 능력 수준과 과제 수준을 결코 단번에 높일 수는 없다. 우선 과제 수준을 높이고 일에 몰입함으로써 능력 단계를 올려 나가는 수밖에 없다. 행복한 몰입의 영역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마음 편하지 않은 걱정이나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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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한 받아들였으며, 잘못된 부분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도 되짚어 보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하기를 습관으로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제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듣고 사물을 모든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이외의 방법으로 진리를 얻은 현인은 없으며 지성의 특성을 보더라도 인간은 이 이외의 방법으로는 현명해질 수 없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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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은 알지 못하는 일을 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알지 못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면 알게 될 기회를 잃게 되고, 알게 됨으로써 변화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잃고 만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즉 타자와의 만남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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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가 명품이나 고급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과시하기 위한 호화 소비만이 차이적 소비가 아니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부자가 자신들이 부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드러내기 위해 페라리나 포르셰 등 '알기 쉬운 고급차'를 타고 다니거나 고급 주택지로 이름난 지역에 사는 것도 물론 차이적 소비의 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것은 그런 차이적 소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타거나 무인양품을 애용한다거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는 일 또한, 그 길을 선택한 주체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은 타인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차이적 소비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아무 목적 없이 행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기호가 생겨난다. 이 거북한 진실에서 놓여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그러한 '기호의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보드리야르는 강조했다. 

    뒤집어 말하면, 무언가 기호성을 갖지 않거나 또는 갖더라도 희박한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아실현적 소비는 시장 성장의 최종 단계에서 발현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때 자아실현이 자발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마찬가지로 '타자와의 차이'라는 형태로 규정된다면, 그 상품 나름대로 서비스가 어떠한 차이를 규정하는지를 의식하지 않는 이상 성공할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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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한 세상 가설, 즉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사고는 실증 연구에서 부정되고 있으며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관계는 해당 경기나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졌다. 다시 말해 섣불리 이 사고에 사로잡혔다간 승산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제 공정한 세상 가설의 다른 문제점을 지적해보겠다. 이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주 반대의 추정을 한다. 즉 성공한 살마은 성공할 만큼의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하므로 반대로 무언가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원인이 당사자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위 '피해자 비난'이라고 부르는 편견이다. 실제로 세상에는 '자업자득', '인과응보', '남을 저주하면 자신에게도 재앙이 돌아온다', '뿌린대로 거둔다' 등 약자를 비난하는 속담들이 있다.

    나치 독일에 의한 로마인과 유대인 학살, 또는 세계 많은 구가에서 자행되는 약자 박해가 세상이 공정한 이상, 곤경에 처한 사람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세계관을 토대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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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에포케가 다양한 내용을 시사해 주는 사고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타자 이해의 어려움'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을 꼽고 싶다. 후설이 반드시 그렇게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에포케는 결국, "당신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 보류해 보십시오."라는 뜻이다. 그 말대로 따르면 어떤 점이 좋을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과 상대에게 보이는 세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때 양자가 모두 자신의 세계관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 그 어긋난 차이가 해소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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