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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보기전에 친구한테 추천을 먼저 받아서 리스트업 해뒀다가 동네 도서관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한 3달만에 내 차례가 온 것 같다. 기다림이 아까워서 열심히 읽다보니 밑줄도 열심히 긋게 되었다.
p74-75
애초 인간에게 자의식이란 게 왜 있을까? 자의식은 여러 감정과 지식을 엮어서 잘 반응하며 살아남도록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다. 단순한 생물들에겐 자의식이 없다. 에어컨이나 TV 속의 칩이 단순한 동작만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노트북이나 이보다 복잡한 슈퍼컴퓨터 등은 훨씬 복잡한 운영체제가 있어야 돌아간다. 여기저기에 리소스를 분배하고 입출력 장치를 연결하고 프로그램들을 돌리기 위해서다. 자의식이란 고도의 운영체제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행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자의식이 지나치게 커지면, 즉 운영체제가 폭주하면, 원래의 기능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외부 신호를 자꾸 왜곡함으로써 잘못된 판단과 생각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할까? 수많은 연구가 수많은 답을 내놓았다. 방향은 비슷하다. 우리의 뇌는 우리의 몸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 문이다. 급한 문제에는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반응하고(원시 시대에 맹수가 달려들 때 심사숙고에 들어갔던 조상들의 유전자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는 대충대충 둘러대면서 뇌는 가급적 적은 에너지로 많은 일을 처리한다(그래도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쓴다). 너무 따지지 않고 대강대강 문제없을 정도로만, 나와 남을 적당히 속이며 '오늘만 대충 수습하는 가성비 최고의 운영체제' 덕분에 인류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 안에는 거대한 자아가 남았다. 아주 거대한.(중략)
문제는 자의식이 지나치면 오늘날에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앞의 주식 사례를 보자. 저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그렇다. 잘못한 거래를 되새겨보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하는 행동은 어떤가? 괜한 희생양만 찾고 분풀이를 하다가 끝난다. 나아지질 않는다. 다른 경우라면 별 문제 없이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해주었을 자의식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나를 가난에 붙들어두게 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막는다. 그저 알량한 내 마음 한 조각 편하자고 말이다. 이게 자의식의 역설이다.
p82
꽤 많은 불행과 가난이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의식은 인간을 크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면서, 인생을 불행과 가난으로 떨어뜨리는 아주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린 시절 무척 똑똑해 좋은 대학을 갔더라도, 책을 수백 권 읽었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의식에 갇혀 답답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경우다. 그들은 타고난 재능을 더 키우지 못하고 퇴화해버리곤 한다. 주변에서 뭐라고들 할 때마다 대답할 변명거리도 늘 준비되어 있다. 부모가, 시대가, 적성이, 취향이, 건강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p118-119
나는 애초에 잃을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바닥에 있었기 때문에 대단한 자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었다. '저는 그냥 게으른 동물이에요.' 그래서 나 스스로 목표를 잡을 때면, 나 자신을 믿는 대신 목표를 이룰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세팅한다. "2주일 안에 원고를 다 쓸게요. 못 쓰면 정말 1000만 원을 드릴게요" 하고 배수진을 친다. 그 덕분에 원고를 썼다(물론 유튜브와 웹툰을 보고, 인스타에 영상 올리고, 댓글 확인한 후에야, 스스로에 대한 환멸을 다 느낀 후에야 쓰기 시작했지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결정론을 완전히 믿는 게 아니다. 자유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이런 아이디어가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결정론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종종 직원들은 "자청님은 화내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누군가가 질투에 눈이 멀어 나에게 해를 가해도 비교적 마음이 평온한 편이다.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뿐 그것 자체로 마음이 상하진 않았다. '저 사람은 낮은 지능과 열등감, 안 좋은 환경, 공격성 같은 게 합쳐져 저런 행동을 하는구나. 자유의지 없이 열등한 유전자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구나. 참 안타깝다. 결국 타고난 대로 순리자로 살다 말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자의식을 역행자의 중요 키워드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나 상대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지 않고, 그저 조건 지워진 유한한 존재라는 걸 철저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인간의 진짜 본성과 작동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가 되고 싶으면, 나 스스로를 믿기보다 환경 설정을 더 중요시했다. 내 머리를 믿기보다는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이해 하는 것에 투자했다. 인간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이해 한다면, 나를 이해할 수 있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2가지를 안다면, 인생에서 실패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p152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사 결정력을 높이면 된다.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남들은 막다른 길로 갈 때, 나는 출구를 향한 길을 고르면 된다. 남들은 자의식에 사로잡혀 망할 주식에 달려들 때 재빠르게 익절하는 안목, 남들이 덜덜 떠는 폭락장에서 싸게 매집하는 배짱을 키우면 된다. 남들 말만 듣고 가게를 차리거나,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사업을 벌이는 사람은 인생이 꼬일 수밖에 없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뇌를 최적화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하면 인생이란 게임이 진행될수록 당신은 레벨업된다. 이 인생 공략집과 치트키가 되어주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다. 의사 결정력, 창의력, 메타인지 등을 직접적으로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p162-163
현실이 쉽다는 게 아니다. 안 좋은 환경에 있으면 세상이 온통 부정적으로 보이고 무엇도 하기 싫어진다. 당연하다. 본능이 그렇지 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 살면 계속 반응만 하며 살게 된다. 유전자가, 본능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궤도 위를 불만 가득 품고 걷다가 죽을 것인가.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 계속 미래를 그리면서 환경을 설계해나가야 한다. 미래를 그리며 본능을 억누르는 사람만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장기적인 수를 두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한 번 작성해보자. 정 생각나는 게 없다면 내가 두었던 수를 고려해보길 바란다. 야근이 있는 회사보다는 100만원 덜 벌더라도 쉬운 직장으로 이직하라. 남은 시간에 운동을 하여 뇌를 최적화하고, 하루 1시간 책을 읽어라. 알바를 두 탕 뛰고 있다면 반드시 하나를 그만두고, 그 시간에 창의적인 공동체에 나가거나(자기계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책을 읽거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라. 당장의 성취에 급급하여 인생을 갉아먹는 것은 순리자의 전형적인 행동임을 기억해야 한다.p165-166
창의성이나 지혜는 통합적 사고에서 나온다. 흔히 통찰력이라고 불리는 통합적 사고는 뇌 전체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때 발휘되는 사고력이다. 멋진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상천외한 해법을 발견하기 위해선 뇌의 여러 영역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곤란한 문제에 부딪히면 여러가지 뇌 기능을 자극하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신체운동지능을 자극 하기 위해 새로운 운동을 하고, 논리수리지능을 건드리기 위해 과학 유튜브를 보며, 음악지능을 일깨우기 위해 리듬이 강한 음악을 듣기도 한다. 뭔가 이름을 짓거나 좋은 표현을 찾아야 하면 평소엔 잘 읽지 않는 시집이나 소설책을 집어든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영역을 마사지 해주면 뇌가 중복되고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답을 찾는 경험도 여러 번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 상식적으로는 경영학 책을 읽는 게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삼국지」 같은 역사물을 보거나, 과학 관련 다큐 또는 유튜브를 보곤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해결책이 떠올라 기적처럼 문제가 해결되곤 한다. 해당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뭔가 더 진전이 안 되는 느낌이다가, 전혀 다른 분야의 콘텐츠를 볼 때 갑자기 더 높은 레벨에서 뭔가 파바박 떠오를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만 같은 천재 물리학자들도 종종 그랬다니까 이는 인간 뇌의 공통된 현상인 것 같다.p205
일반적으로 메타인지를 설명할 때 '내가 뭔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메타인지란, 이 범위를 더 크게 잡아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렇게 자기 객관화가 잘되면 의사 결정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본인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애쓰게 되어 저절로 발전이 이루어진다. 굳이 애써서 동기부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엉뚱한 데에 헛힘 쓸 일도 없다. 훌륭한 운동선수 옆에 좋은 코치가 붙어 있듯이, 본인에게 부족한 점들을 착착 찾아서 연마 하는데 인생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p209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A라는 아이템으로 B라는 마케팅을 하면 1억이 벌릴 거야.' 이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볼 수 있다. 내가 예상한게 정말 맞는지 현실의 결과로 드러난다. 결과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예상이 틀렸다면 내가 아직 모자라구나' 하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메타인지력이 상승한다. 현실의 사업은 내 생각이 망상인지 아닌지 준엄하게 판정해준다.
꼭 사업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본인이 어떤 시험에 도전하거나 현재 직장에서 맡은 일이 있다면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예측해 보라는 것이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자신만만해하지 말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다음 실행을 하라는 것이다. 시험에 100퍼센트 합격할 거라 장담했는데 실패했다면 시험 준비 과정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점검하면 된다. 직장인이라면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목표 달성을 향해 정진한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든 실패했든, 실제 결과가 나오는 일을 실행해보면 메타인지가 상승하게 된다.+) 쪽팔린 내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나를 키울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주저없이 실행하여 성장하면 된다는 이야기일 것 같다. 새해에만 유효한 얄팍한 계획말고 꾸준한 실행이 뒷받침되는 움직임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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