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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40358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여행을 많이 안 해봐서 좋아한다고 못느끼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둘 다 어느정도는 맞는 것 같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지만 로나 덕분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지금 읽으면 좋을 책 같아서 읽어보았다.
p91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다. 할 일이라고는 오로지 먹고 마시고 영화보는 일만 있었던 그 순간에는 걱정없이 오늘만 사는 꼴이라 이게 참 꿈같기도 하고 영화같기도 했다. (과거의 내가 인정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때의 일상은 지금보다 더 단순했을텐데도.
우리의 현재가 위협당할 때마다 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아 벌써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위협당한 것 같네) 더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년 실패하는 매일 일기쓰기도 그런 노력이 아닐까 싶고.
p97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마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 남 얘기도 열심히 주워들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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