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형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813459
순전히 팬심으로 펼쳤지만 페이퍼에 실리는 '재지 않는 생각들'을 몰아읽는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p56
꽃나무가 주는 향기를 맡는 일은 나에게 간단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꽃나무는 가까이 다가온다고 해서 향을 더 나눠주는 존재들이 아니다. 어떤 때에는 바로 곁을 지나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도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모든 것은 그 나무의 컨디션과, 그날의 바람과 온도, 그리고 하필 그 순간의 내 호흡이 맞아 떨어지는 아주 찰나에 좌우된다. 길을 걷다가 꽃나무 향기를 맡는 것도 나에게는 큰 횡재인 것이다.
+) 매일 그 자리에 있는 하늘도 보일 때가 있고 안 보일 때가 있다. 어떠한 상황이든 여유와 빈틈이 있어야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 단단하고 빽빽한 게 멋져보일 때가 있지만 물렁하고 느슨한 게 더 마음이 간다.
p135
의미와 무의미는 정말이지 뫼비우스의 띠 같다. 경계를 도무지 나눌 수가 없다. 무의미한가 싶으면 의미하고 의미한가 싶으면 무의미하다.
+) 그래서 일단 먼저하면 되는가보다. 없던 의미도 생길 수 있으니까.
p142
다 좋아한다는 말의 평화로움은 지루하다. 다 좋아한다는 말은 그 빈틈없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을 자주 짜증나게 한다. 또한 다 좋아한다는 말은 하나하나 대조하고 비교해가며 기어이 베스트를 가려내는 일이 사실은 귀찮다는 속내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제법 게으른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오만 없는 좋아함에 그닥 불만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다 좋아한다'라는 말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았다면 이 책도 이렇게 묶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읽는 순간 매우 뜨끔했다. 뾰족한 일을 하기엔 나는 너무 게으르다.
반응형'밑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0) 2021.06.15 소년을 위로해줘 (0) 2021.06.15 빅퀘스천 (0) 2021.06.14 너는 불투명한 문 (0) 2021.06.09 더 좋은 곳으로 가자 (0)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