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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밑줄 2021. 6. 15. 23:03반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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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마르고] - 김멜라
p93-94
앙헬은 체의 그런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운동화 끈을 묶기 위해 구부려 앉은 아이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사람이란 기다리기만 하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존재라고 믿는 것 같았다. 때때로 대니는 체의 그런 태도를 걱정하며 체에게 좀더 자신을 아끼라고 말했지만 체는 대니의 조언을 웃어넘겼다. 그녀는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고, 준만큼 되돌려받지 못해도, 다시 자기의 것을 주었다. 결국 그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멀리, 크게 보면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때 체의 얼굴은 느긋하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앙헬은 체보다 여러 가지 일에 능숙했지만 사람을 대하는 체의 태도에는 자신이 다 헤아릴 수 없는 크고 높은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 적당히 말고 진짜 마음을 주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렵다. 내 마음을 얼마나 나눠줬나 셈해보는 주기가 빠를수록 행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0%를 향하여 해설] - 선우은실 / 어디선가 잘 해내고 있을 OO에게 보내는 마음들
p299
무엇을 처음으로 좋아할 때의 그 감각은 알아가려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것이어서, 그 감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라도 '좋아하는 감각'을 지속하게 만든다. '나'가 처음 독립영화를 보러 갈 때 그 영화나 그 여정에 어떤 의미가 있음을 알았다거나 의미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 채'로 영화를 보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자신의 영화 인생의 시작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당시에는 자신이 그것에 왜 끌리는지 영문도 모른 채 모르는 길을 가보는 것. 그 행동의 원동력이 좋아하는 마음에 있음을 알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 좋아하는 걸 알아차리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좋아한다'고 결론을 내어버리면 처음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봐 일부러 '잘모르겠다'고 마음을 속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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