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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터의 문장들
    밑줄 2022. 6. 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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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0883693 

     

    일터의 문장들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가치가 증발하고 새로운 룰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터의 경우는 그 진동이 더욱 크다.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일하고, 어떻

    book.naver.com

     

    이어령 선생님이 별세하시면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이 다시 검색어에 뜨기 시작했고 이것저것 눌러보다보니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집들도 들춰보게 됐다. 일을 잘 해버리면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이 덜할까 싶어서 그 중에서도 <일터의 문장들>을 골라냈다. 지난 번 해피워커캠프가 별 도움이 안 된줄 알았는데 '일' 자체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김미경 | MKYU 학장]

    p36

    우문이지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정말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요? 진심으로 지금이 기회의 시기라고 느낍니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 속도를 내면 확실한 기회예요. 이번엔 정말 판이 크고 빠릅니다. 전 국민이 다 같이 변하니 그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안타까운 것은 위기가 오래되면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하며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져요. 당장 돈을 좀 못 버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에요. 자칫하면 내가 쓸모 없는 인간이 된다는 게 더 무섭고 우울하죠. 이번 판은 내가 나를 부지런히 도울 필요가 있어요. 디지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 포화 상태라지만 내 자리는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추격하면 돼요. 속상한 게 기업들은 이미 경영 리포트로 솔루션이 다 나왔어요. 개인은? 스스로 상상하고 솔루션을 만들어야죠. 절대로 예전으로 못 돌아갑니다. 의심을 버리고 안개 속으로 들어오면 서서히 윤곽이 보일 겁니다.

     

    +) 책이 나온 게 작년 8월, 책 속의 인터뷰가 진행된 건 그 이전일테니 상황은 또 바뀌었을 거다. 미루지 말아야할 건 일기뿐만이 아니다.

     

    [김용섭 | 트렌드 분석가]

    p52

    감염 위험성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산업은 상당히 위축되었어요. 앞으로 경제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위기 때 기업이 어디에 돈을 쓰는가를 보면 일자리의 방향을 알 수 있어요. 9.11 이후에는 금융사들이 백업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돈을 썼어요. 2008년 외환 위기 때는 IT에 돈을 썼죠. 지금은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돈을 써요. 당장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분산시키고 있어요.

    안타까운 것은 사람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감염자가 생기면 공장을 멈춰야 하니 자동화 속도가 더 가속화돼요. 기업은 이미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생산, 물류 자동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송길영 | 빅데이터 분석가]

    p71

    지금의 때에 성실이라는 덕목은 여전히 중요한가요?

     

    여기서도 진정성이 개입돼요. 진정성은 그 일을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원하는 이유는 우린 못했으니까, 다음 세대는 억압 없이 해보라는 부모의 마음이에요. 형식주의적으로 흐르면 어차피 자동화에서 탈락할 테니까. 하고 싶은 걸 해야 자기만의 콘텐츠가 나오니까. 그런데 여기서 농업적 근면성은 불필요해요.

     

    근면과 성실은 다른 범주군요?

     

    달라요. 성실은 의미를 밝히고 끈기 있게 헌신하는 거예요. 근면은 원리를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거죠. 이사님이 8시에 출근하니 신입사원은 7시 반에 나오는 것처럼요.

     

    +) 재택 근무 할 때는 '출퇴근 시간' 이라는 걸 머릿속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되니까 확실히 성실하게 일을 했던 것 같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 퇴근이라고 생각하면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싶지가 않았다. 물론 혼자 있으려니까 점심 먹고 나서는 괜히 눕고 싶기도 했지만 몰입이 잘되는 순간도 많았고 혼자 해야하는 업무는 효율도 좋았던 것 같다. 주 4일제는 기대도 안할테니 재택 근무라도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p75

    이렇게 숨 가쁘게 돌아가면 다들 어떤 박자로 호흡해야 합니까?

     

    깨어 있거나 깊게 가거나. 깊이 가면 역사가 생겨요. 관계라는 자산이 생기죠. 그 팬덤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명성을 유지하려면 역시 한 우물을 파는 게 답이에요. 오래 하는 게 유리한 거죠. 방법으로는 혁신을 수용하면서 원리는 근본을 챙기는 거예요. 항상 '근본이 뭐였지?'를 묻고 아닌 건 버리면 돼요. 확고한 가치관이 있으면 자기 행동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이 생겨요.

     

    +) 플랫폼 사업 관련해서 자주 머리가 아픈 게 이 브랜드의 '근본'을 도무지 알 수 없어서인 것 같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 근본이라는 걸 누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점.

     

    p82

    진정한 개인의 지위를 부여받은 지금,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합니까?

     

    우리는 새해를 '송구영신'이라고 하지만, 중국에는 '송고영신'이라는 말이 있어요. 옛 관리를 보내고 새 관리를 맞이할 때 씁니다. 여기에 중요한 게 있어요. 옛사람을 보내야 새사람이 옵니다. 쓸모를 다한 걸 버려야 새것이 오지요.

    코로나로 일상이 정지됐을 때 멈추고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건지. 요새 집 정리가 인기잖아요. 내 집, 내 조직, 내 관계에서 관행이라는 묵은 짐을 버리세요. '취직은 왜? 출근은 왜?' 관행처럼 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세요.

    사회변화는 중립적이에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적응을 해요. 미래가 있으면 적응력이 높아지고, 미래가 없으면 적응력이 떨어져요. 성취 동기가 높으면 어떤식으로든 적응하고 솔루션을 찾아요.

    모호할 때는 첫째, 이성적 사고 둘째, 업의 진정성 셋째, 성숙한 공존 이 세가지를 기준 삼아 버리고 취하면 됩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 | 구글 혁신 마이스터]

    p94-95

    특히 확증편향을 경계하라는 말이 깊게 다가왔어요. 생각랜드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요.

     

    생각랜드는 추상적 공간입니다. 생각만으로는 성패를 판단할 수 없어요. 자기 생각은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을 통해서도 판단은 불가합니다. 생각과 의견은 데이터가 아니에요. 생각랜드 바깥으로 아이디어를 꺼내와야 합니다. 현실 시나리오 속에 놓고 진짜 테스트를 해야죠.

     

    지금 전 세계 언론은 심각한 플랫폼 위기를 겪고 있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어디에 무게를 둘지, 속보와 질 높은 기사 사이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산해야 할지 생각랜드에서 갈팡질팡합니다. 현명한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온라인 언론사 소유주라고 가정해 보지요. 생각랜드 속에서 나는 많은 독자들이 질 좋고 정확한 정보를 위해 속도를 포기하리라 믿습니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거북이뉴스>예요. 사건 발생 즉시 뉴스를 보도하지 않고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검증을 마친 뒤에만 뉴스를 내보내는 웹사이트죠.

    <거북이 뉴스>의 슬로건은 '느리지만 정확한' 정도가 되겠죠. 일부는 이걸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하고 몇몇은 실패가 확실하다고 합니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많은 의견은 필요치 않아요. 필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 차곡차곡 부지런히 쌓으면 알아서 데이터가 되고 인사이트가 눈앞에 촥 보일 줄만 알았는데, 핵심 지표를 잡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제어할 수 없는 변수도 많고 어떤 변수가 결과값에 영향을 주는데도 명확치 않아서 데이터를 펼쳐놓고도 생각과 의견만 오가는 회의가 이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옥주현 | 뮤지컬 배우]

    p120

    "사람들은 제게 묻죠. '발레는 어떻게 해요?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요?' 저는 이렇게 묻는 사람의 지속성을 못 믿어요. 먼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그 다음엔 '뭘 공부하면 되는지?'를 물어야죠. 적성에 맞으면 오래 하고 싶고 오래 하려면 탐구하게 돼요. 계속한다는 건 그냥 숨 쉬듯이 놓지 않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래 한 사람이 보여주는 우주는 깊이가 달라요. 그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찾은 우주예요."

     

    p128

    성장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남한테 노하우를 묻기에 앞서 자기가 뭘 하면 즐거운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해요. 자기 즐거움을 찾아서 집중하면 예상치 못한 길이 자꾸 나타나요. 그렇게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의 힘을, 저는 믿어요.

    즐거워야 계속하고 즐겁게 계속하려면 잘해야 해요. 그 과정을 이어주는 게 또 질문이죠. 어느 날 빛이 비칠 때 결과물의 밑동에서 제가 발견한 것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물음표였어요.

     

    [백현진 | 무경계 예술가]

    p137

    목표가 뭐죠?

     

    없어요. 계획이 있고 목표가 정확하면 불안했겠죠. 가령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거나 수준에 못 미치면 안절부절 못하잖아요. 저는 목표가 없어요. 그래야 아등바등 무리를 안 해요. 제가 원하는 건 오로지 무리가 없는 상태예요. 절대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p138-139

    완성은 없고 그저 과정 중에 손을 뗄 뿐이다?

     

    그렇습니다. 누군들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고 싶지 않겠어요? 즐겁고 성실하게 자기 일을 보다가 정해진 시간에 손 떼면 끝이 나는 거죠. 마감이 좋아지고 수준이 높아졌다? 전, 모르겠어요. 즐겁게 변경시켜 나가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덜해요. 그런 상태가 반복되면 무리가 점점 덜해지겠죠. 전 그런 상태를 희망해요.

     

    매사 그렇게 평온한가요?

     

    가끔 그런 말 들어요. "너 아직도 음악하고, 미술하고 사냐?" 그렇게 산 지 20년이 넘은 요즘, 전 별로 지치지 않아요. 재밌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변경하면서 놀아요.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없이. 피드백이 있으면 땡큐고 없어도 그냥 가요.

    반응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앱이 몸에 장착돼 있어요. 너무 엎치락뒤치락하며 사는 것보다 좀 잠잠히 멍 때리듯 사는 게 자연과 문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최선을 다해 무리하고 싶지 않는 마음은 변한 적이 없다. 날로 먹기도 싫지만 내가 불행한 건 못봐주겠는 걸 어쩌겠어요.

     

    [대니얼 코일 | 경영저술가]

    p228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도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직에서 리더가 칭찬이나 감사 표현을 자주 하는 것도 그런 원리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합니다. 편도체는 원시적인 경계 기제이며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살피죠. 위협이 감지되면 경계 모드로 발동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온몸에 자극이 전달되면 하나의 질문만 남아요.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럴 때 권위자 혹은 동료의 반복적인 감사는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학자 그레고리 월턴이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그 신호가 친근감과 안전감, 연대감을 확인시키기 때문입니다.

     

    +) 아직 1인 분의 일을 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의심이 되는데 지난 팔자에는 없던 리더 역할을 추가로 하려니 가슴이 답답한 요즘이다. 굳이 그들에게 뭔가 있어보이고 싶진 않아서 나도 내 방향성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동료들한테 자주 해버리고 있는데 이런 말은 안전감은 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반성을 해야겠다.

     

    [조수용 | 카카오 공동대표]

    p244-245

    당신의 힘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엔진은 무엇인가요?

     

    제가 인정하는 사람이 저를 믿어줄 때 계산이 없어져요. 두려움은 사라지고 불필요하게 머리 쓰지 않고 오직 맞는 것만 생각해요. 네이버 시절엔 제일 중요한 사람이 이해진 의장이었어요.

    당시에도 디자인하던 미술 전공자에게 마케팅 전략 임원을 맡기는 건 파격이었어요. 그런데 이해진 의장이 믿어준 거죠. 그때 썼던 순수한 힘의 느낌이 있어요. 그 힘의 여운으로 나와서 제 사업을 한 거죠.

    JOH를 경영할 때도 내가 인정하는 동료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었어요. 광고 없는 브랜드 잡지 <매거진 B>도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동료가 '최고다!' 해주면 그게 최고의 보상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에게도 일을 시작할 때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해요. 젊을 때 힘을 못 쓰면 영원히 못 써요. 한 번이라도 힘을 썼던 경험이 있으면 또 꿈을 꿀 수 있어요.

     

    [장영규 | 이날치 밴드]

    p291

    고여서 썩지 않고 시장에서 새롭게 살아남고 싶어 하는 이 시대의 창작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익숙한 경험, 자기만의 장르에 갇혀 있으면 금세 낡아버립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장르의 공간, 사람 분위기에 자신을 자주 노출하세요. 저는 다행히 특이하고 대담한 취향의 사람들과 섞여 지냈고, 그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퍼포먼스가 큰 자산이 됐어요. 뻔한 말 같지만 영화, 연극, 패션, 건축 다 모여서 어울리고 그 다양성을 수용한 경험이 엄청난 창작의 재료가 될 거예요. 어떤 형태든 소셜 믹스의 씨앗을 뿌리세요. 연극은 대학로, 밴드는 홍대, 패션은 청담동...... 한곳에 머물지 말고 다른 동네에서 어울리고 섞이세요.

     

    +) 프리랜서의 삶은 이렇게 부지런해야하는 것일까.

     

    [데이브 알레드 | 스포츠 코치]

    p320

    하지만 압박감이 닥쳐오면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회피는 항상 더 큰 문제를 만들어요. 가령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칩시다. 만약 당신이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남 앞에 서는 일 자체를 피하려고 들 거예요.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요. 자신의 잠재력도 믿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삶의 반경이 줄어듭니다. 

     

    [오타 하지메 | 조직경영학자]

    p339

    부담을 줄이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대에 적당히 부응하는 연습을 해야죠. 너무 커진 기대를 스스로 조절해 자기 능력에 맞는 기준으로 떨어뜨려야 해요. 첫 번째 열쇠는 인지된 기대 수준은 적정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고, 두 번째 열쇠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거죠. 세 번째 열쇠는 상황의 중요성을 낮추는 거예요. '이것 말고도 소중한 게 많아' '도망쳐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줄어듭니다.

     

    p340

    여러 개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고 사는 것도 강박을 낮추는 효과가 있나요?

     

    능력을 발휘하는 장소, 평가받는 그룹이 많을수록 평가에 덜 심각해집니다. 한군데서 인정받으려고 올인하지 않죠. 정체성을 분산시켜 다원화하면 '이게 아니면 다음'이라는 대안이 생겨요.

    할 수만 있다면 본업 이외에 부업이나 취미를 갖기를 권합니다. 일본은 남성보다 여성이 인정 욕구 강박에 덜 빠졌는데, 육아, 동호회, 자원봉사 등 여러 개의 스테이지에 자기를 세웠기 때문이었어요.

     

    +) 같은 이유로 이왕이면 친구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인정받을 수 있는 루트가 많아야 위기 상황에 휘청일 수 있는 자존감을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팽팽하고 탄탄한 관계보다 느슨하고 성긴 관계가 오히려 각자의 자존감에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 

     

    P355

    누군가를 믿고자 선택할 때 그의 의도와 능력을 분별해서 보라고 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지적으로 보여요.

     

    선한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정직하지만 무능해서 상대에게 폐만 끼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의도와 능력은 신뢰의 두 가지 얼굴입니다. 사기꾼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패와 손해라는 결과는 동일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 행위의 목표는 어떻게 최고의 이익을 얻을까예요. 가령 당신이 뇌 수술을 받아야 하고 당신에겐 신경외과 친구가 있다고 하죠. 친구를 믿지만 그가 그 분야의 최고 능력자가 아니라면 그에게 수술을 부탁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를 믿을까 말까를 결정할 때 반드시 그의 의도만큼이나 능력을 세심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전미경 | 정신과 의사]

    p366-368

    측정은 셀프군요!

     

    맞아요. 자기 평가죠. 그래서 자존감을 고대로 뒤집으면 열등감이 됩니다. '나는 무능력하다'와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 이것을 찾아내고 교정하는 것이 인지 행동 치료예요.

     

    낮은 자존감 즉 '나는 무능력하다'와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은 교정될 수 있습니까?

     

    여기서 중요하게 올라오는 게 자율성이에요. 자기효능감을 느끼려면 내가 주도적으로 살아야 해요. 삶의 컨트롤 타워가 내가 돼야죠. 거기엔 경제적인 독립, 능력도 포함돼요.

    그래서 아버지가 강남에 집 사주고, 사사건건 간섭하면 자식의 자존감은 떨어집니다. 시어머니가 부당한 요구로 컨트롤 키를 건드리면 며느리는 무기력해져요. 부모 자식, 부부, 연인 사이에서 컨트롤 프릭(control freak, 통제광)이 상대방의 자존감 에너지를 뺏어갑니다. 낮은 자존감에서 빠져나오려면 자율성을 회복해야 해요.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라는 책에서 그녀는 자존감은 감정 상태가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존감은 자율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사고 능력에 가깝다는 것.

     

    자존감은 감정이 아니라고요?

     

    감정은 자동 반응이에요. 수시로 고양되고 무너지죠. 톡 건드리면 와르르예요. 아무리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해도 안 내려져요. 자존감에서 감정과 이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요. 왜 불안하지? 왜 슬프지? 묻고 솔루션을 찾아야죠.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대개 지성이 떨어져요. 지성은 지능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 적극적 사고의 힘이에요. 실직했다고 인생이 끝장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기 콘텐츠를 기준 삼아야 하는데 없으니 사회가 내린 편견에 의존하는 거죠.

    엄마 아빠가 “너 이혼했으니 큰일 났다”고해도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나를 설득시킬 힘이 있으면 되거든요. 그게 지성이고 자아의 힘이에요. 사실 내적 갈등만 조절해도 세상이 얼마나 살 만합니까?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지적 각성이 나를 지키는 견고한 방패막이라는 거죠?

     

    맞습니다. 모욕을 당했을 떄 “나는 괜찮다”가 아니라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말로 바꿔야 해요. 자기 위로를 자기 판단으로 바꿔야죠. 승진에 밀렸어도 누군가 무례를 범해도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각성이 나를 보호합니다.

    집이 가난해도 과거에 힘든 일을 당했어도 내가 잘못된 게 아니에요. 억지로 ‘괜찮다’는 것은 감정의 부정일 뿐. 행복해지려면 나만의 가치로 내 삶을 방어해야죠.

     

    트라우마 이야기를 해보지요. 어떤 사람은 낮은 자존감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용하고 있다고요. 무슨 말인가요?

     

    아들러가 한 말이에요. 트라우마에 집착하면 모든 에너지를 ‘내가 문제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써요. 지금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거를 핑계 대는 거죠. 일종의 방어기제예요. 누가 봐도 이혼이 해결책인데도 개과천선이 안 되는 배우자와 그냥 살아요. 과거 부모 이혼 트라우마를 대면서요.

    자존감이 낮다고 여기는 분들은 자꾸 트라우마 뒤로 숨는데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자율성이 부족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무책임한 사람은 대개 10 수준의 자율성과 연대감에 머물러 있어요. 이럴 자존감을 높이려면 용기를 내서일단 !’ 답이에요.

     

    ++) 마음 속으로 밑줄을 그었던 문장이 이렇게 많았던 걸 보면 '일'을 주제로 한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진행해야하는 이유가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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