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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트 자전거 후기땀 2021. 7. 4. 00:14반응형
1. 출퇴근
한양에 살고있지 않아서 배달 지역을 그나마 가까운 강동/송파로 지정했다. 지도 앱 계산으로는 출근에 1시간 걸렸는데 실제로 자전거길을 타보니까 1시간 30분이 걸렸다. 배달 거리는 8킬로인데 출퇴근이 60킬로라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서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까 평일에는 자전거 싣기가 안 되고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막막하다.
2. 스타트지점
배달 첫 날, 여유있게 평일 11시에 도착했는데 콜이 바로 떨어지지 않아 좀 당황스럽다. 콜이 그렇게 많다길래 서울만 진입하면 콜이 우르르 쏟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송파역 부근에 B마트가 있어서 간신히 개시를 했다. 숙련된 라이더 분들 사이에서 헤매긴 했으나 시작을 하게 되어서 기쁘다. 스타트 지점을 어디로 정하느냐가 하루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 같다.
3. 메뉴
배달 불모지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배달되는 품목 자체가 신세계다. 커피, 와플, 빙수, 규동, 스테이크덮밥, 카레돈까스, 파스타, 짬뽕, 편의점 음식들.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데도 신호에 몇 번 걸리고 하니까 파스타는 늦게 왔다고 배달이 취소됐고 짬뽕 및 탕수육은 식당에 늦게 도착했다고 주인분께 한 소리 들었다. 배달 거리로 최선의 루트를 짜는 것도 기술이지만 주문 메뉴도 봐서 거를 수 있는 건 걸러야 할 것 같다. 배달 시간에 치명적인 녹는 음식이나 면류는 선뜻 받아지지가 않는다. 내가 배달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미안해서 못 받겠다. 이제 슬슬 집에 갈까 생각할때쯤 삼계탕 주문이 들어왔고 (정중하게) 버튼을 눌러 거절했다.
4. 배터리
비록 중고지만 핸드폰을 새로 산지 얼마 안 되어서 배달앱을 켜놓기에는 배터리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전에 쓰던 폰에 라이더스 앱을 깔아 배달을 했는데 테더링 하는 걸 생각하면 이거나 저거나 도긴개긴인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고객 및 가게랑 연락할 일도 종종 있어서 그냥 이용 중인 폰으로 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겠다. 이러나저러나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5. 두려움
송파역 부근 큰 사거리에서 짬뽕을 싣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에어팟 한쪽만 배터리가 나가서 음악도 못듣고 있었는데 끼익하고 스키드마크 생길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슬로우모션이 영화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순간 공기가 조용해지더니 사람 하나가 공중에 붕 뜬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멈췄다. 사거리를 둘러싼 상가 속 사람들도 창가로 모두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방금 전까지 공중에 있다 내려온 사람에게 멈춘다. 나도 숨을 참고 빨리 그 사람이 움직여주길 기다린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움직이는 사람 하나 없던 그 순간 우웅~ 하는 진동소리가 들린다. 앱 알림이다. "음식이 식고 있어요." 시선은 바닥에 누워있는 라이더에 둔 채로 페달에 발을 올려 횡단보도를 가로지른다. 그 순간 움직이는 놈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현타가 온다. 다행히 주위에서 구급차를 불러주셨고 라이더는 몸을 일으키셨다. 두렵고 괴로웠다.
6. 밥시간
남들 밥 먹는 시간에 일을 해야하다보니 한 2시 쯤에 숨 돌릴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했고 4시 쯤에 물을 한 모금 사마셨다.
7. 지리
광고에 나오는 말이 맞다. '우리동네에서 한두시간 가볍게' 하는 부업이어야하는데 초행길을 이리저리 다니다보니까 자전거를 탔어도 도보보다 느린 것 같다. 송파헬리오시티와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진짜 지옥이다. 오토바이 기사님한테 길을 물었더니 방향을 알려주시곤 한 마디 덧붙인다. "그 아파트는 우리도 배달비 더 받아요."
8. 프로모션
무조건 프로모션에 참여해야한다. 농업적 근면성은 접어두고 피크타임에 치고 빠지는 게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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