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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2일간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짬뽕이 많이 늘었다. 해괴한 에피소드가 차고 넘쳐 늘어놓는 건은 무리가 있을 듯 싶어 지난 날의 기억을 조합해 10가지로 요약해보았다. 아래 내용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고객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콜센터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입장은 바뀌기 마련이니까.
1. 상식을 의심하자.
: 내 상식이 너한테는 비상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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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정노동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 “감정을 숨기는 일”이라는 현 정의는 부족한 감이 있다. 바꿀 수 있다면 “타인의 드러운 감정을 굳이 받아내는 일”이 좋겠다. 감정 숨기는 건 우리 모두가 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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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들어 둔 규정은 제발 지키자.
: 큰 목소리 낸다고 그리 쉽게 부수려면 왜 만든거냐. 예외는 그저 빌런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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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화에는 송수화기가 있다.
: 니 말이 급한 건 알겠는데 전화를 했으면 내 말도 좀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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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전 매력은 넣어둬라.
처음부터 끝까지 화만 내는 인간보다 오전에는 내일없이 쌍욕날리다가 오후에는 한없이 젠틀한 괴물들이 더 소름끼친다. 통화연결음으로 홀리한 CCM까지 나오면 속까지 울렁인다. 급하게 죄를 씻고 싶어하는 너에게 행여나 도움이될까 두려워 사과따윈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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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로워서 그래.
: 이게 다 사람이 외로워서 그렇다. 주위에 머물러야 할 자식/사업/인생이야기가 꼼짝없이 듣고 앉아있어야 하는 콜센터까지 흘러왔다. 무척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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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줌마는 평등하다.
: 여자한테는 목소리 높이다가 왜 남자가 받으면 급이성을 찾는 거냐. 남녀불문 평등하게 공격적인 아줌마가 비겁한 아저씨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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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의 이름은?
: 수집해간 내 이름을 어디다 쓰려는지는 알겠는데 아쉽게도 소보원에는 강제 권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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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진심은 통한다.
: 품절사태와 배송사고를 내가 일으킨 건 아니어도 상황이 안타까운 일에는 자연스레 바짝 엎드린다. 근데 나는 연기 전공이 아니라 미안하지 않은 일에는 미안하지 않았다. 혹 저와 통화 중 진심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셨다면 그게 맞습니다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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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은 내부에 있다.
: 임직원. 니가 느그 회사에서 뭐하는 자식인지 난 관심없다. 누구보다 잘 알면서 쪽팔리게 땡깡 좀 그만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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